'컬러콤플렉스' 공존사회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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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콤플렉스

① 붉은 망령

당신이 보는 사회는 무슨 색(色)입니까.

최근 정부는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근무 중 월북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공무원이 바다에서 표류하다 북측 바다로 이동하게 된 건지 아니면 스스로 월북 의지를 갖고 간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가 북한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는 점은 확인됐다.

지난 15일 고양시 일산서구 황룡산 '금정굴'에 20여명이 모였다. 70년 전인 1950년 10월 이곳에서 학살당한 희생자를 추모하는 위령제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위령제에 참여한 이들은 학살당한 희생자의 유가족이다.

별개인 듯한 두 사건은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두 사건 당사자의 가족들이 모두 '빨갱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야만 했다. 공무원이 실제로 월북을 시도했는지 알 수 없다. 금정굴 희생자가 북에 부역을 했는지도 확실치 않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빨갱이'라는 낙인을 찍었고, 지금도 비슷한 일이 자행되고 있다. 21세기에 들어선 지 20년이 지났음에도.

'금정굴사건'은 1950년 고양시 황룡산 금정굴에서 한국전쟁 당시 북에 부역했다는 혐의로 150여명을 재판 없이 살해 후 매장한 사건이다. 지난 15일 이병순씨가 70년 전 자신의 아버지 고 이봉린씨가 죽임을 당한 금정굴을 둘러보고 있다. 그는 한국전쟁이 끝나고 나서도 수십 년 동안 이곳을 찾지 않았다. 주변에서는 '빨갱이'라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병순씨는 우리 사회의 아픈 기록이다.

금정굴 희생자 가족들에게 지난 70년은 아픔의 연속이었다. 사람들은 붉은 색안경을 끼고 그들을 바라봤다. 대북 관련 사건이 터지면 어김없이 '빨갱이'라는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고, 금정굴 희생자 가족들은 숨을 죽이고 살아야만 했다.

수십년 간 금기의 색으로 작용했던 'RED'는 점차 균열이 생겼다. 2000년 남과 북이 손을 잡고 6·15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금강산으로 향하는 길이 열렸고, 자유롭게 금강산을 여행했다. 2002년엔 전국의 광장이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더 이상 붉은색은 '빨갱이'를 의미하지 않게 되는 듯했다.

하지만 수십년 간 이어진 우리 사회의 색안경은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종북' 논란이 휘몰아쳤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정당이 해산됐다. '종북 아니냐'는 물음은 상대를 제압하는 쉬운 무기로 작동했다. 2020년 발생한 공무원 실종 사건에서도 월북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어김없이 '빨갱이'가 등장했다.

21세기 들어서도 계속된 '빨갱이 낙인'
존재 자체를 반대 당하는 성소수자 등
다름을 인정 않고 배제하는 사회 정서
확산 거듭하며 또다른 비하·차별 불러

무지개로 상징되는 성소수자는 우리 사회 가장 큰 갈등의 축이 되어버렸다.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간성 등 국가에서 정하는 '남과 여'라는 이분법적 성별로 설명할 수 없는 성소수자는 우리나라에 10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소수자에 대한 '반대' 의견이 크다. 엄연히 우리 옆에서 생활하는 그들의 존재 자체를 반대한다.

'공존'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지향점이다. 공존의 전제는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것이다. 무지개와 붉은색 등의 색으로 설명할 수 있는 우리 사회 혐오 정서는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배제하고 차별한다. '공존'으로 가는 길을 막고 있다.

이런 혐오 정서는 확산을 거듭하고 있다. 소수자를 비하하는 표현을 담아 새로운 이름을 붙이고 있다. 이는 혐오와 차별의 바탕이 되고 있다.

경인일보는 우리 사회에서 '소수자'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로 가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약자에게 좋은 사회는 모두에게 좋은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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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이라는 족쇄 채우기…

이념의 희생양은 지금도 있다

한국 사회 뒤흔든 '레드 콤플렉스'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RED(레드)'다. 붉은색은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를 상징한다. 한반도는 일제 강점기부터 좌우 갈등이 극심했고,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지난 지금도 전쟁을 끝내지 못하고 '휴전'상태에 있다.

 

남측은 '자유민주주의'를, 북측은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좌우 이념 차이는 상대에 대한 적개심으로 표출됐고, 이는 남측 구성원 대다수에게 깊숙하게 뿌리박혔다. '레드 콤플렉스'는 한국 사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단면이다.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은 남과 북을 더 갈라놓았다. 전쟁은 3년간 이어졌고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고양 일산 금정굴 등지에서는 민간인이 학살되기도 했다. 전쟁의 결과는 '휴전'이었고 38선보다 조금 북쪽에 휴전선이 설치됐다.

한반도 남쪽에는 '레드 콤플렉스'가 공고해졌다.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한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이 제정됐고, 1961년 반공은 국시(國是)가 됐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는 권력이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상대를 탄압하는 도구로 활용됐다.

대표적인 예는 1964년과 1974년 발생한 인민혁명당 사건이다. 당시 정부는 '국가 변란을 목적으로 북한의 지령을 받는 지하조직을 결성했다'고 발표했다. 언론인, 교수, 학생 등이 검거됐다. 일부는 사형으로 목숨을 잃었다. 시간이 지나 2007년 사법부는 관련자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고문에 의해 조작됐다고 밝혀진 것이다.

인민혁명당 사건은 한국 현대사의 부끄러운 기록이다. 국가는 '북한의 지령을 받는 지하조직을 결성했다'며 교수, 학생 등을 검거했고 일부는 목숨을 잃었다. 인혁당 사건 피해자들이 2007년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자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인혁당 사건' 등 다른 생각 탄압도구 활용
헌정 최초 '종북 논란' 통진당 해산 판결
北 적개심 낮아졌지만 '혐오 정서'는 여전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무르익었던 '평화 모드'는 10년을 넘기지 못했다. 2008년 금강산 관광을 하던 박왕자씨가 북에 의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남북관계는 급속도로 경색됐다. 금강산 관광은 중단됐다.

경색된 남북관계 속에서 '종북 논란'이 불붙었다. 통합진보당이 중심이었다. '북의 지령을 받고, 북에 종속돼 있다'는 뜻을 가진 '종북'이라는 단어는 대한민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2013년 대한민국 국무회의는 법무부가 긴급 안건으로 상정한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건'을 심의·의결했다. 2014년 12월19일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 해산 판결을 내렸다.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남북 관계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남과 북의 최고지도자는 다시 손을 잡았고, 2018년 판문점선언이 발표됐다. 다양한 교류 협력 사업이 선언에 담겼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실현되지 못하는 사업들이 많다. 여전히 남북은 긴장 관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레드 콤플렉스가 존재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서 온라인에서 '빨갱이'라는 표현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남북관계는 수십년 간 화해와 긴장을 오갔다. 그 사이 경제력 차이는 크게 벌어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북에 대한 적개심은 낮아졌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이를 대신하는 것은 비하와 조롱, 혐오의 정서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두려움의 대상에서 '이해하기 힘든', '경제력이 떨어지는', '이상한' 국가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방식이 달라졌더라도 '레드 콤플렉스'가 여전히 유효한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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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풀지 못한 恨 '금정굴 학살'

빨갱이 손가락질 수십년…

아버지를 모실곳 아직도 없다

이병순(87)씨는 희생자 이봉린씨의 아들이다. 이봉린씨가 죽임을 당한 날은 70년 전 10월14일이다. 이병순씨가 10대였을 때다. 그는 "전쟁이 끝난 뒤 수십 년 동안 숨어 지내다시피 하면서 살았다"며 "금정굴은 어릴 때 자주 찾던 놀이터 같은 곳이었지만, 사건 이후 40여년 동안 이곳을 찾지 않았다"고 말했다.

불편한 시선 여전 '북한 이탈 주민'

겉으론 환영, 속으론 차별…

'유리벽'안 3만3천 한국인

한국 정착 12년차인 김혜성(45·여)씨는 공무원의 삶을 선택했다. 지역고용노동센터, 부천시청을 거쳐 올해부터 서울 양천구청에서 임기제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그는 시인으로 활동하면서도 최근 대학원에 진학해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바쁜 삶을 살고 있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해산 억울"

"일부세력이 냉전 강화, 평화공존 목소리 묻혀…색깔공세가 법을 눌러"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국회의원직을 잃은 김재연 전 의원. 현재 진보당 상임대표로 활동하는 그는 "2020년 현재도 레드 콤플렉스는 사라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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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콤플렉스

② 빛나지 못하는 무지개

A="동성애 반대하십니까?", B="반대하지요."

A가 재차 묻는다. "동성애 반대하십니까?", B는 같은 답을 한다.

"그럼요."2017년 있었던 대통령선거 후보 토론회의 모습이다.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했던 이들은 무엇을 반대할까.

동성애는 행위가 아니라 존재다.  성 소수자 모두가 그렇다.

다수의 기준과 비교했을 때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이 다르게, 그냥 그렇게 있는 것이다.

'엄마에게 시간을 주면 좋겠다.

어떻게든 잘 헤쳐나가고 싶은데

아직은 힘이 드네'.

다름을 인정한 엄마는 '내편이 됐다'

중학교때 동성애자 정체성 깨달은 정예준씨, 4년전 털어놔
"가족인 내가 내 아이 부정하면 누가 지키겠나" 받아들여

4년 전 아들 정예준(25·오른쪽)씨가 가족들에게 자신이 성 소수자임을 밝혔을 때 어머니 강선화(52)씨는 큰 충격 속에서도 아들을 품고 이해하기로 했다. 아들의 고백 이후 가족들은 퀴어 퍼레이드에 참여하는 등 성 소수자를 대변하는 '인권 운동가'로도 활동 중이다.

고양 일산에 사는 강선화(52)씨는 4년 전 자녀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이 토론회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지난 18일 강선화·정예준(25) 가족을 인터뷰했다.

강선화씨는 "'내가 내 아이를 부정하면 누가 내 아이를 지키겠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들 예준씨가 커밍아웃한 뒤 든 여러 생각 중 하나였다.

커밍아웃을 한 지 한 달이 지났을 무렵 선화씨는 남편과 함께 '성 소수자 부모모임'에 참여했다. 처음 자기소개를 할 때 '저는 한 달 전에 아들이 게이라고….'라며 말을 못 잇고 계속 울었다.

 

4년이 지난 지금은 모임 운영진을 맡고 있다.예준씨의 커밍아웃을 계기로 선화씨 가족은 모두 '인권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선화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남편과 함께 성 소수자 관련 집회에 참석한다.

"정체성 불편 없는 사회로"

가족 모두 인권운동가…

"캐나다는 커밍아웃 슬퍼하지 않아"

서울에서 열린 퀴어 퍼레이드에서 '나는 게이 아들을 둔 부모입니다'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행진했다. 군대내 동성 간 성행위 처벌법인 군형법 제92조 6항 폐지를 위한 집회에도 참여한다. 예준씨도 인권단체에서 제대로 공부하며, 게이합창단 단원으로 무대에 서고 있다.

많은 성 소수자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감춘다. 어느 누구에게도 자신을 드러내지 못해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성 소수자가 많다. 드러내놓고 그들의 존재를 "반대한다"고 하는 이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선화씨는 많은 성 소수자가 마음 놓고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더라도 불편함 없는 사회가 되길 바라고 있다. 이를 위해서 차별 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캐나다에 있을 때 만난 사람들은 자식이 커밍아웃을 해도 우리처럼 슬퍼하지 않더군요. 직장을 잃을 수 있다는 등의 걱정이 없기 때문이겠죠. 한국 아이들이 커밍아웃을 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시간을 줄이려면 차별금지법이 꼭 필요합니다."

 

어떤 사랑 어떤 세상을 꿈꾸나요

성 소수자는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 신체상 성적 특징 등에서 사회적 소수자인 사람들을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게이나 레즈비언, 양성애자, 트렌스젠더 등을 지칭하며, 이를 통칭해 '퀴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도 한다.

성 소수자를 상징하는 색은 빨강부터 보라까지 '무지개'다.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의미로, 성 소수자의 상징이 됐다.

성별 고정관념 

사로잡힌 사회

그의 삶은

'벽장 안에' 있었다

"모두가 여자 혹은 남자 어느 한 성별로 저를 규정하려 해요. 저는 그냥 저인데."
이한결(26)씨는 트랜스젠더다. 생물학적으로 여성으로 태어났으나 수술을 통해 남성이 됐다.

이씨와 같은 트랜스젠더는 미국에 100만명 정도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는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10만명 안팎일 것으로 추정된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한 MtF(Male to Female)가 더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씨와 같은 FtM(Female to Male)은 트랜스젠더 중에서도 소수다.
그는 "제가 가진 성 정체성대로 살기 위해 가족을 설득했고, 수술을 받고도 법정에서 성별 전환이 거부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가 자신의 성 정체성대로 살기 위해 노력한 기간은 10년이 넘는다.

선진국 대한민국, 성소수자 인권 '최하위'

한국 성소수자 인권 '세계에서 가장 낮고, 최근에는 하향세'

'2019년 한국 LGBTI 인권현황'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한국의 성 소주자 인권지수(무지개 지수)는 8.08%로 전년 11.7%보다 3.62%p 감소했다. 유럽 49개국과 비교하면 46위 러시아(10.2%)보다도 열악한 수준이다. 한국보다 성 소수자 인권지수가 낮게 평가된 국가는 아르메니아(6.49%), 터키(5.16%), 아제르바이잔(3.33%)에 불과했다.

무지개 지수는 수치가 100%에 가까울수록 성 소수자가 평등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지난해 한국 사회가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못하고 동성 간 혼인 등이 제도화되지 않은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하고 있다.

퀴어 관점 문학평론 팟캐스트 진행자 '보배·다홍씨'

"성적지향 때문에 직장 잃을까 두려운 현실"

지난 14일 서울시 마포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퀴어 문학 동아리 '무지개 책갈피' 회원 보배(왼쪽·활동명)씨와 다홍(활동명)씨가 팟캐스트 녹음에 앞서 경인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이 성 소수자 임을 밝히면 직장까지도 잃을까 걱정된다며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한국 사회에서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성 소수자가 커밍아웃을 주저하는 이유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생계'다.

 

직장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은 이들이 성 정체성을 숨기도록 압박한다.

퀴어문학플랫폼을 표방하는 '무지개책갈피'에서 문학평론 팟캐스트 방송 '무책임라디오'를 진행하는 보배(32·활동명)씨도 이런 경우다.

보배씨는 "22살 무렵부터 친구들에겐 제가 성 소수자라는 사실을 이야기했지만 가족들은 여전히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른다"며 "해고될까 하는 걱정에 직장에도 전혀 알리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2000년 방송인 홍석천씨가 자신이 게이임을 커밍아웃했다. 이는 성 소수자 관련 담론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됐다. 이듬해인 2001년엔 트랜스젠더 하리수씨가 광고 모델로 지상파 방송에 데뷔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현재도 여전히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친구들 알지만 가족은 까맣게 몰라"
법이 차별 묵인할 때 문학으로 위로
"우리 방송 성감수성 높이길 바라"

법과 제도가 차별을 묵인할 때 이들은 문학에서 위로를 받았다. 보배씨는 지난 2015년 다른 성 소수자와 함께 퀴어문학을 소개하고 비평하는 비영리단체 '무지개책갈피'를 창립했다. 지난해부터는 이 단체 회원 3명과 퀴어문학을 평론하는 팟캐스트 '무책임라디오'를 진행하며 청취자를 만난다.

모두 30회 진행된 이 방송은 회당 누적 조회수가 1천회가 넘는 등 반응이 좋아 지난달엔 첫 광고를 받기도 했다.

퀴어 당사자의 관점으로 문화 콘텐츠를 비평하는 것이 무기다. "여성의 동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지만 전형적인 '메일 게이즈'(남성이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시선) 양상을 보이고 있다"(제29화 '이제 해도 될까요, 아가씨?' 중)와 같은 비평은 퀴어 청취자에겐 공감을, 비퀴어 청취자에겐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컬러콤플렉스

③ 차별과 혐오를 넘어

울타리 밖 '차별금지법'

공존사회 여는 8번째 도전

사진은 지난 2018년 9월 8일 인천시 동구 동인천역북광장에서 열린 '인천퀴어문화축제' 행사장에서 참가자들과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대립하고 있는 모습. 

2020년 한국사회는 '차별과 혐오'를 걷어내고 공존사회로 나아가는 디딤돌을 마련할 수 있을까. 

지난 2007년 처음 시도된 차별금지법은 7번의 실패를 거듭했다.

 

8번째에 성공해 '칠전팔기(七顚八起)'의 기록을 써내려갈 수 있을 지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대한민국헌법 제11조 1항은 평등권을 보장한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밝히고 있다.

13년간 7차례 법안 발의·무산
정의당 21대 국회서 다시 올려
88.5% 찬성여론 "모두 위한 법"

하지만 한국 사회는 여전히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존재한다.

 

그것은 북한 프레임이 씌워진 '레드 콤플렉스'가 될 수 있고 '무지개'로 상징되는 성 소수자일 수 있다. 외국에서 일자리를 찾기 위해 한국으로 온 이주노동자가 차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편견과 혐오를 지양하기 위한 법적 장치인 '차별금지법'은 13년 동안 총 7번 발의돼 모두 폐기되거나 철회하는 등 난항을 겪었다.이번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사하고 있는 차별금지법안은 8번째 시도다.

 

정의당은 8번째로 21대 총선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정책공약으로 내세웠고,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지난 6월29일 '차별금지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색안경을 벗으면 사람이 보입니다

차별에 대한 설문조사

차별·혐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796명에 물었다

차별과 혐오의 관점에서 우리 사회는 어떤 사회일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경인일보는 지난 8일부터 19일까지 자체 페이스북 계정에서 네이버 오피스 폼을 이용해 '차별 및 혐오 실태에 대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796명이 응답한 이번 조사에서 지인 중에 성 소수자가 있다는 응답이 37%로 나왔다. 또 자신을 성 소수자(동성애자, 양성애자)라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은 10.5%(83명)에 달했다. 우리 사회에 성 소수자가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Q

성별, 성적 지향, 이념, 인종등을 이유로

​다른사람이 차별을 받은적이 있나?

Q

있다면, 어떤 집단에서 받았나?

Q

있다면, 어떤 집단에서 보았나?

Q

성별, 성적 지향, 이념, 인종등을 이유로

​다른사람이 차별을 받는 걸 본적이 있나?

Q

북한이탈주민, 성소수자, 유색인종 등 소수자도 다른 국민과 평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나?

'다양성 존중' 갈 길 먼 우리 사회

당신이 보는 사회는 무슨 색(色)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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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의후 수차례 난항 '차별금지법'

"차별금지법 제정 사회적 합의 도달 수단 될수 있다"

김한올 정의당 경기도당 성소수자위원회 위원장은 "차별금지법은 2007년 첫 발의 이후 난항을 겪고 있는데 이런 역사 속에서 정의당은 꾸준히 시민들을 설득하고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노력을 지속해 추진해왔다"며 "지난 총선에서 공약했고 정당적 역량을 모아 발의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키스탄인 남편, 입국심사부터 차별

"이주민을 노동력으로 보는 한국…포괄적법 제정해야 인식도 변화"

"자신들이 필요해 불러놓고 정작 한국에 정착할 권리를 보장하는 데는 소홀해요. 한국 정부가 이주민을 대하는 이중적 태도지요." 정혜실 이주민방송정 대표는 27살이던 지난 1994년 파키스탄 남성과 결혼한 것을 계기로 한국의 인종 차별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됐다.

홍성수…혐오의 권리 누구도 없다

"주류정치는 '특정집단 향한 폭력' 선 그어야"

'말이 칼이 될 때'의 저자인 숙명여자대학교 홍성수 교수는 "특정한 정치적 의견이나 성적 지향·정체성 등을 가졌다고 해서 그들을 혐오하거나 차별할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며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나 아동, 노인을 차별하거나 혐오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정치적 성향 등을 이유로 한 차별·혐오도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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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운·이원근·이여진 | 사진 : 조재현·김금보·김도우 | 그래픽 : 박성현·성옥희 | 영상 : 강승호·이혜린 | 개발·디자인 : 박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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